치솟는 환율에 고민 커진 서학개미

입력 2021-12-23 04:02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근접하면서 미국 주식을 매매하는 서학개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1192.00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90원 내렸지만, 1080원대에 머무르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100원 넘게 오르며 1200원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연준의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환율 상승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 증시에서는 안전 자산인 달러로 돈이 빠져나간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과 긴축 가능성을 키우는 오미크론 확산세와 인플레이션 압력도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미 증시가 하락세를 타며 저가매수를 준비하고 있던 서학개미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날 기준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달 고점(1만6212.23포인트) 대비 5.37%(871.14포인트) 빠진 1만5341.09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가 낮아져도 환율이 오르면 주식 매입에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 1200원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병목 현상, 미·중 갈등은 달러 강세를 심화할 위험 요소로 꼽혔다. 다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 강세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물겠지만, 지속적인 수출 호조와 국내 성장세 개선으로 하반기부터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잇따른 금리 인상이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연 1%까지 끌어올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1분기에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는 감소했다”며 “테이퍼링이 시행되더라도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