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주장 등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한 미확인 정보가 확산되자 시민들이 직접 ‘팩트 체크’에 나서고 있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비롯해 출처가 불분명한 풍문에 대해서도 몸소 정보를 수집 및 확인해 진실성을 판단해 보겠다는 움직임이다.
출판 분야 워킹맘인 윤모(38)씨는 22일 근무 중간 짬을 내 백신 관련 해외연구 원문을 살펴봤다. 아동·청소년이 백신을 맞았을 때의 영향 등을 연구한 내용이 담긴 수십 쪽 분량의 영문 보고서다. 지난 9월 모더나 1차 접종을 하기 전부터 해외 자료를 찾아봤다는 윤씨는 최근 그 빈도가 더 늘었다고 한다. 6세 아들 때문이다. 그는 “5세 이상 아동도 곧 백신을 맞힐 수 있다는 말들이 나와 불안한 마음”이라며 “정부 발표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데다 외계어 같은 말로 가득 찬 사이비 음모론까지 퍼지면서 피곤해도 직접 눈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윤씨는 확인한 결과를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는 아이의 백신 접종에 대비해 관련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팩트 체크가 활발히 이뤄진다. 한 살 아기를 둔 이모(36)씨는 최근 경기도의 한 맘카페에 정부 보도자료를 악의적으로 조작·편집한 가짜뉴스 게시글을 직접 조목조목 확인한 뒤 반박하는 글을 올려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받았다.
이씨는 “아프다고 스스로 의사 표현조차 못하는 아이가 코로나에 걸릴까 두려운데, 가짜뉴스로 불신을 퍼뜨리는 이들을 보면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붕괴된 기분”이라며 “시간이 들더라도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통계와 공신력 있는 해외 매체를 보며 꼭 팩트 체크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직접 팩트 체크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온갖 정보가 혼재돼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부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 조치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국민 스스로가 과학적,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세상을 바라보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시민들의 입장과 관점을 좀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식의 자발적 팩트 체크도 한계가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극성을 갖는 건 좋지만 비연구자의 정보 해석에는 한계가 있어 바람직하진 않다”며 “정부와 언론이 무너진 공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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