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몇천원만 내면 2배가량의 파격적인 혜택으로 돌려주는 ‘카드 구독’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번 구독하면 쉽게 끊지 못하는 넷플릭스처럼 신용카드 이용자를 오래 붙잡아두기 위한 서비스다. 하지만 혜택을 알차게 챙겨 쓰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5개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일 내놓은 ‘드라이빙케어’는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주유 1만원 할인 쿠폰과 세차 3000원, 주차 2000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한다. 액면가로만 계산하면 구독료보다 더 큰 혜택을 주는 손해 보는 장사다. 신한카드는 국내 아마존 서비스에 특화된 ‘T우주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로 SKT의 구독 서비스 ‘우주패스 all’을 결제하면 월 9900원에 매달 아마존 5000원 할인 쿠폰 2장과 해외직구 무료배송 등이 기본 제공된다. 여기에 전월 카드 이용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구독료 전액 캐시백과 T플러스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단순 할인이나 캐시백을 넘어 상품 자체를 매달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전통주와 전자책·그림 등 19가지 패키지를 제공하는 ‘2층 구독’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아예 정기구독 플랫폼 ‘K-bill’을 출시, 아이 돌봄 서비스부터 밀키트(간편 조리식)까지 다양한 상품을 중개한다.
구독료보다 더 큰 혜택이 가능한 것은 카드 구독의 ‘락인 효과’ 때문이다. 카드사들에 따르면 구독 결제를 한 이용자는 카드를 자주 쓰고 결제 금액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소비자가 기본 제공량을 쓰지 않아 발생하는 ‘낙전 수입’에서 창출되는 이익도 일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매달 주어지는 혜택을 사용할 때 제한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5000원 주유 쿠폰 2매의 사용 기한이 매월 1~15일, 16~30일로 나뉘어있는 식이다. 매번 날짜에 맞춰 기름을 넣지 못하면 혜택이 날아가는 셈이다. 전월 실적 조건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까다로운 조건으로 구독 혜택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방극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