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피의자 신분도 아니고 참고인 조사만 받은 김 처장이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다.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실무자인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 추궁을 견디지 못했다는 추측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변죽만 울리며 시간을 끈 검찰의 부실 수사가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수사는 수천억원대 개발 이익이 발생한 구조를 파헤치는 게 출발점이다. 민관합동 개발사업은 토지를 강제수용하기 때문에 초과이익을 얼마로 제한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2015년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이 조항을 누가, 왜, 어떻게 삭제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그것이 정책적 판단이었는지, ‘작전 세력’이 주도했는지, 정관계 로비와 뇌물수수 같은 불법이 있었는지 따져나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개발업자 주변만 맴돌았다. 성남시 개입 여부와 역할을 밝히기는커녕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부당한 사퇴 압력 의혹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김 처장과 유 사장은 당시 공사 개발사업 팀장·본부장으로 이 조항 삭제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핵심 인사다. 검사 26명이 투입된 전담 수사팀이 수사 개시 54일 만인 지난달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을 기소했지만 이들을 조사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났다. 이제 검찰은 핵심 인사들이 차례로 숨져 더는 조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이전투구 속에 대선 전 대장동 특검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선거와 관계없이 특검을 시작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이 사건이 영원히 묻힐 리 없다. 언젠가 특검이 나서거나 검찰의 재수사가 있을 것이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오직 실체적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각오로 나선다면 지금처럼 불명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은 정치권 눈치를 보는 수사팀을 교체해서라도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최소한 국민들은 검찰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