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일본 헌법에 명기’… 기시다, 개헌 추진 본격 시동

입력 2021-12-23 04:03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에 참석해 서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당의 총력을 결집해 개헌을 실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뒷줄 오른쪽 두 번째) 전 총리도 헌법개정실현본부 최고 고문으로 참석했다.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당의 총력을 결집해 개헌을 실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헌법 개정에 시동을 건 것이다.

2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에 참석해 “(개헌) 결과를 내도록 헌법개정실현본부가 크게 전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비롯한 자민당의 4가지 개헌 항목에 관해 “극히 현대적인 과제이며 국민에게 매우 급하게 실현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개정실현본부의 전신인 개헌추진본부를 포함해 이 조직의 회의에 총리가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회의에서 자민당 지방 조직에 헌법개정실현본부를 별도로 설치한다는 방침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헌법개정실현본부는 당 차원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높이고, 개헌 논의를 심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 재직 시절에는 개헌에 소극적인 인물로 평가됐으나 내각 출범 후 부쩍 개헌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헌법개정실현본부는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대행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아온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최고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 등은 자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만 목적을 둔 자위대를 다른 국가와도 교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현행 일본 헌법 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전쟁이나 무력행사 등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연일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미군 함정이 (중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집단자위권의 행사도 가능한 존립위기사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중국이 야간에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의 미사일을 맞으면 일본이 직접 타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 “헌법에 자위대가 명기되지 않은 이상한 상태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 9조 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자민당도 지난 20일 안전보장조사회 회의를 열고 ‘적 기지 공격 보유’ 등 안보 전략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일본 헌법을 개정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의원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각각 받아 개헌안을 발의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올해 10월 말 실시된 일본 총선 결과 중의원 내에 개헌에 우호적인 세력은 3분의 2를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참의원도 이른바 ‘개헌 세력’이 3분의 2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보인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