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열한 송영길, 무책임한 원희룡… 고작 이 정도 수준인가

입력 2021-12-23 04:05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라디오 방송에서 김건희 실세론을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아내인 김씨가 실권을 쥐고 흔들 것이라 모두 다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씨 이상으로 그럴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유가 황당하다. 사석에서 윤 후보에게 반말을 하는 게 근거라는데, 어처구니없다. 그것도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라고 한다. 집권 여당 대표이자 5선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열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공적인 자리도 아니고 사석에서 부부가 반말을 하는 것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으로,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부모에게 반말을 하는 아이는 그 집안을 좌지우지하는 실세란 말인가. 송 대표는 혹시 아내는 나이가 많은 남편에게 사석에서도 깍듯이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건 고리타분하고 가부장적인 인식이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후보는 물론 가족도 검증의 무대에 오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합당한 이유를 대면서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무리한 주장을 하고 비난을 퍼붓는 것은 검증을 빙자한 흠집 내기이고 비열한 공격이다. 그런 행태는 유권자들에게 몰상식하고 저급한 정치세력이란 인식을 키울 뿐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실망스럽다. 원 본부장은 전날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한 배경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작업이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추측에 추측을 쌓아 올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주장을 늘어놓은 것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하자고 당에 요구했는데 바로 다음 날 선대위 핵심 인사가 버젓이 흑색선전을 펼쳤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책 및 인물 경쟁이란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유력 후보들이 상대 흠집 내기로 반사이익만 노리는 진흙탕 대선판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