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필수 코스 불구 수급난… 교회학교 교육 부실화 우려

입력 2021-12-23 03:04
교육 전도사는 목회 훈련을 받는 동시에 교회학교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관계자들이 지난 여름 여름성경학교 주제곡을 부르는 모습. 국민일보DB

교육 전도사에게는 두 가지 사명이 있다. 목회 실습과 교회학교 학생을 지도하는 일이다. 일부 교회가 ‘총무 교사’나 ‘책임 교사’ 등으로 부르며 교사의 직분에 방점을 찍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도사라고 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학생이라고 보기에는 책임이 무겁다. 교육 전도사직은 배우고 가르치는 두 가지 사명 때문에 신학생 때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필수 코스와도 같다.

하지만 최근 교육 전도사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목회를 체험해야 할 신학생은 줄고, 이들에게 교육받아야 할 다음세대는 신앙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엇박자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보통 9년이 필요하다. 대학 4년을 시작으로 신학대학원 3년, 전임 전도사 2년을 거쳐야 목사 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학부 전공에는 제한이 없다.

10년 가까운 기간이 길게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목회 실습 시간은 많지 않다. 대학과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교육 전도사로 활동하지 않고 지역교회의 전임 전도사가 되면, 목회 실습을 거치지 못 한 채 중책을 맡게 된다. 신학대 3~4학년부터 교육 전도사로 일하는 걸 고려하면, 학부 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일반대 출신은 전임 전도사가 되기 전 목회 실습에 참여할 물리적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전임 전도사는 정식 교역자로서 더 이상 훈련생이 아니다.

물론 교육 전도사가 있다고 해서 교회 교육의 수준이 무조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교육 전도사가 없는 교회학교는 장기적으로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교육 전도사의 주된 임무는 교회학교의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는 교사 교육도 포함된다. 사순절과 부활절, 대림절 등으로 이어지는 교회 절기 교육과 성경학교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교육 전도사의 몫이다. 매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교도 맡는다. 이 역할을 일반 성도인 교사에게 맡기기는 어렵다. 교구 담당 목사가 교육 부서까지 담당하면 양쪽 모두 소홀해지기 쉽다.

해외의 상당수 교회는 총회가 목회자 후보생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며 지역교회에서는 온전히 봉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뉴질랜드장로교회의 경우 총회 목회자추천위원회(NAW)가 신학대학원에 진학할 학생을 심층 면접해 목사 후보생으로 확정하면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지역교회 대신 총회가 교육 전도사 사례비를 책임지는 셈이다.

뉴질랜드장로교회 아시아 사역 총무를 지낸 한경균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교육 전도사 수급 방안을 찾기에 앞서 해외 교회들처럼 목사 후보생을 엄격하게 선발한 뒤 목회자로 살기로 서원한 학생을 총회가 온전히 후원해야 한다”며 “(교육 전도사가) 학업과 사역, 생활 등 모든 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미봉책보다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