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변화까지 교회에 담자”… ‘기술·문화·비움’ 조화 이룬 공간 창조

입력 2021-12-23 03:09
규빗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용인중앙감리교회. 규빗건축 제공

국민일보는 교회건축 문화를 선도하고 교회의 건축을 돕기 위해 해마다 교회건축자문위원을 위촉한다. 올해는 건축사 시공사 인테리어 음향 등 각 분야 전문가 8명을 선정했다.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영성을 바탕으로 교회건축 사업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번 회는 윤승지(57·아래 사진) 규빗건축사사무소(규빗건축) 대표다.


규빗건축은 새로움과 창조성을 강조한다. 윤승지 대표는 “고래로부터 많은 건축가는 시대가 던져주는 문제들을 새로운 생각과 창조성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건축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대의 이슈로 코로나19,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메타버스, 홀로그래픽 등을 꼽았다.

“현재 5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대변혁의 시발점에 서 있습니다. 20세기 초 근대건축 태동이 그랬듯이 이들 이슈로 인해 앞으로의 건축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변화를 보일 것입니다.”

교회는 향후 50~100년을 바라보며 건축한다. 그렇다면 지금 건축하는 교회들은 이같은 혁명적 변화를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윤 대표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규빗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혜림교회. 규빗건축 제공

첫 번째는 ‘하이브리드 건축’을 지향해야 한다. 서로 다른 요소의 장점만을 선택해 합친 하이브리드 건축은 기술과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융합될 때 그 창조성이 극대화된다. 앞으로 다가올 5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잘 융합된다면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교회 건축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채우지 말고 비우는’ 교회 건축을 권했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의 교회보다는 오히려 기능이 없고 빈 공간을 도입해 공간의 여유로움과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곳에 추후 발전하고 변화되는 기술과 문화를 담아 다양한 관계성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삼자고 했다.

규빗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영복교회. 규빗건축 제공

세 번째는 교회 본질에 충실한 교회 건물을 짓자고 제안했다. 5차 산업혁명은 교회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세계의 발전은 거룩한 장소로서의 교회 개념을 희석할 것입니다. 또 대면 예배의 당위성을 후퇴시킬 것입니다. 반면 가상세계의 지나친 몰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일상이 황폐해지면 그때 교회가 부각될 것입니다. 교회는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평안과 휴식, 치유와 회복을 가져다주는 장소로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것은 영혼 구원이라는 교회 본연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입니다.”

규빗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영은교회. 규빗건축 제공

네 번째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교회 건축을 강조했다. 교회 건축에 많은 돈을 들이기보다 균형 잡힌 교회 건축을 통해 돈을 들일 곳은 돈을 들이되, 절약할 곳은 절약해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어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과 같은 코어(core) 기능을 고려해 동선을 명확히 하고, 교회 전체에 가변성(flexibility)을 높여 추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믿음의 기업’으로 소문나 있는 규빗건축은 이같은 방향성을 토대로 새로운 교회건축을 고민하고 있다. 윤 대표는 “화려함보다는 건축의 비례에서 오는 아름다움, 지역 사회와의 조화를 고려한 건축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고객 만족’이라는 확고한 경영관을 가지고 고객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건축 과정 전반을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설계만 하고 뒷전으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완공까지 모든 과정에 호흡을 함께하며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킵니다. 이것이 기업 성장의 밑거름입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