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재발한 국민의힘… 이준석, 선대위 모든 직책서 사퇴

입력 2021-12-22 04:01
국민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던 조수진 최고위원과 충돌한 끝에 21일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등 선대위에서 맡고 있던 두 직책에서 모두 사퇴했다. 조 최고위원도 공보단장과 부위원장 등 선대위 두 직책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대선을 불과 78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고질병인 ‘집안싸움’이 다시 터져 나왔다. 갈 길 바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내부를 단결시켜야 하는 숙제를 또 안게 됐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가 이대로 갈 수 없다”며 운영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어떤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며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윤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는 이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회의에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의혹 대응 기조 등에 대한 자신의 지시를 거부한 조 최고위원을 공격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저는 당대표로서 만약 대선에서 저희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으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게 된다”면서도 “선대위 구성에 따른 전권은 후보가 책임을 지고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가 갖는다”고 강조했다. 대선에 관한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당내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이 대표가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하기 전인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양비론’을 펼쳤다. 그는 “공보단장이라는 분이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냐”며 조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당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 대표도 문제 삼았다.

조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당원께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는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선대위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항공모함에 비유할 정도로 선대위가 거대하게 만들어졌다”며 “운영 실태를 파악해 보니까 이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상황실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대위를 끌고 가려고 한다”며 “쉬운 말로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종합상황실은 김 위원장 직할 부대인 총괄상황본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선대위 운영을 방해하는 인사에 대해선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