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중국 의도대로 친중 진영의 압승으로 끝나자마자 미국은 선거에 관여한 중국 관리 5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티베트자치구 인권 문제를 담당할 특별조정관을 임명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파견한 연락판공실(중련판) 부주임인 허징, 천둥, 루신닝, 탄톄뉴, 인중화 등 5명을 홍콩자치법에 따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미 재무부가 지난 7월 홍콩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련판 부주임 7명을 무더기 제재했을 때 이미 명단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제재 대상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이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도 제재를 받게 된다.
미 재무부는 “중국이 홍콩에서 보장된 권리와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한다는 국제적 책무에 부합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자치법을 통과시켰다. 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 및 금융기관, 단체를 제재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미 국무부가 매년 홍콩 자치권을 침해한 중국 관리와 기관을 명시한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홍콩 지위에 관한 보고서를 업데이트했다. 미 국무부는 홍콩의 선거제 개편을 비롯해 공무원들에 대한 충성 서약 의무,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폐간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홍콩의 자치를 계속해서 해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권을 고리로 한 중국 압박도 이어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 티베트자치구 인권 문제를 담당할 특별조정관에 우즈라 제야 국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중국도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인 4명을 제재키로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반 외국 제재법에 입각해 미국에 대등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며 “미국인 4명에 대한 중국 입국 금지, 중국내 재산 동결, 중국 시민·기관과의 거래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나딘 마엔자 위원장과 누리 터켈 부위원장, 제임스 카 위원, 아누리마 발가바 위원이다.
자오 대변인은 선거와 관련된 비판에 대해선 “홍콩의 선거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일국양제를 전면적으로 관철하는 방법”이라며 “홍콩의 민주 법치에 간섭하는 것에 중국은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