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민정수석 자르기에도… 文 레임덕 가속화 불가피

입력 2021-12-22 00:06 수정 2021-12-22 00:06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미크론 변이가 조만간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며 “전 부처가 한 몸이 돼 비상한 각오로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영희 기자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아들의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시 수리했다.

이번 논란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 문제를 건드렸다는 판단 하에 청와대가 속전속결로 사안을 마무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민정수석 다섯 명 모두가 논란 끝에 퇴진하면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김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의 아들 김모(31)씨는 최근 여러 기업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다. 아버지께 말씀드려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내용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이력서에 허위 학력을 기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청와대는 김 수석이 아들의 취업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수석의 아들은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수년 간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며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는 가족과 관련해 한 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선 김 수석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유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참모들은 긴 논의 끝에 김 수석을 그대로 둘 경우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빠르게 정리하는 쪽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취업을 시도한 행위가 현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공정 가치에 배치되고, 2030세대를 자극하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수석의 사퇴에 대해 “국민이 느낄 정서 앞에 청와대가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여야 대선 후보들이 시달리는 ‘가족 리스크’가 청와대에까지 확산될 경우 코로나19 방역과 종전선언 등 임기 말 국정 과제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 본인의 사퇴 의사도 매우 강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민정수석의 공백으로 사정 업무와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 수석이 9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면서 이번 정부 ‘민정수석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를 떠난 이후 가족 관련 비위 의혹으로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했다.

이후 김조원 전 수석은 부동산 문제로 물러났다.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 과정에 대한 책임으로 직을 내려놨다. 현 정부 네 번째 민정수석이었던 신현수 전 수석 역시 검찰 인사를 둘러싼 패싱 논란 속에 민정수석실을 떠났다.

청와대는 후임 민정수석 찾기에 돌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아 외부 인사 수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기헌 민정비서관이 승진하거나 당분간 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