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엔 발끈하더니… ‘보유세 동결’엔 몸 낮춘 정부

입력 2021-12-22 04:02
연합뉴스

내년도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사실상 동결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는 것을 두고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이달 초에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인 양도소득세 완화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던 정부가 똑같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보유세 동결 요구에는 순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속 보이는 ‘선거용 감세’에 정부가 제동을 걸기는커녕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스스로 “한국의 보유세 부담은 선진국에 비교해 높지 않다”고 주장해왔던 것과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당정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보유세 동결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여당은 내년 재산세, 종부세를 산정할 때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과 종부세 납부 대상인 고령자 납세를 유예해주는 방안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보유세 산정 과정에서 전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한 일은 전례가 없어서 관련 법 개정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논의 때와 달리 정부 내에서 여당의 제안에 대한 별다른 반발 기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양도세 완화의 경우 혜택을 보는 대상이 다주택자이지만, 보유세 동결은 혜택을 보는 대상이 1가구 1주택자란 측면에서 기존 정책 노선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양도세 완화와 달리 보유세 동결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작다는 점에서도 정부가 반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보유세 동결 검토가 기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줄곧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를 완화한다’는 것을 부동산 세제의 일관된 기조로 내세워왔다. 거래세 완화 성격을 띠는 양도세 완화를 두고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정부가 오히려 보유세 완화 요구에 대해 눈 감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거용 감세’에 제동을 걸어야 할 정부가 정권 말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현 정부의 ‘순장조’로 확정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거운동의 조연 역할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정부는 지난달 말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을 때에도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크지 않다”거나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래놓고 한 달도 안 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동결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정부·여당은 올해 들어 공시가격이 6억~9억원 사이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 포인트 인하하고 종부세 비과세 기준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