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재정 출혈’… EPL 계속 전진

입력 2021-12-22 04:0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공격수 크리스티안 퓰리시치가 지난 19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턴 원더러스와 원정 경기 중 상대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장에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만큼 짙은 안개가 껴 있다. 리그 사무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자 해당 라운드에 열릴 예정이던 10경기 중 6경기를 연기했다. AP연합뉴스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시즌 리그 중단 당시 겪은 피해를 다시 감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향후 확진자가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면 상황은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EPL 사무국은 20일(현지시간) 내놓은 성명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현재의 일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리그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내 확진 사례가 급증하자 구단 대표자들이 이날 회의를 해서 내린 결정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EPL은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한해 일부 경기만 연기할 전망이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리버풀과 아스널 등 일부 구단은 이날 회의에서 한 라운드 일정 전체를 한꺼번에 미루는 안을 지지했으나 다른 구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 시즌 리그를 아예 취소하는 방안도 논의에 올랐지만 찬성하는 구단이 없었다.

EPL 구단들이 리그 중단에 부정적인 건 재정적인 이유가 크다. 리그 전체에 막대한 손해를 미칠 수 있어서다. 디애슬레틱은 EPL 사무국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열릴 20경기 중계권을 새로 아마존프라임에 제공하기로 계약한 걸 예시로 들며 ‘리그 중단 시 막대한 손해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리그 일정을 통째로 중단하면 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EPL 각 구단에서는 지난 9~12일 선수단·코치진·직원 3805명을 검체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이가 42명 나왔다. 올 시즌 주말마다 실시한 검사 결과 중 가장 많았다. 이에 EPL 사무국이 검사 대상을 확대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만234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 결과 90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EPL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경기 수는 총 10개다. 지난 10일 예정됐던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브라이턴호브앨비언 간 경기를 시작으로 4경기가 연기된 데 이어 지난 주말 예정돼 있던 10경기 중 토트넘과 레스터시티 간 경기를 포함해 6경기가 추가로 연기됐다.

지난 시즌 EPL은 코로나19 창궐로 일정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뒤 대다수 경기가 관중 없이 열렸다. 이번 시즌 개막과 함께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이 역시 향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4일 하원 결의를 거쳐 발표한 ‘플랜 B’ 방역대책에 따르면 1만명 이상이 운집하는 스포츠 경기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나 48시간 내 음성 판정을 증명하는 방역패스(COVID PASS)를 지참해야 출입할 수 있다. 경기장에 오는 길의 대중교통에서도, 경기장 실내 구역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며 관중석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EPL 사무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 중 92%가 1~3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선수단 중 백신 접종이 예정된 비율은 84%다. EPL 사무국은 1~2회 접종 선수에게 일정 기간 경과 뒤 2차 내지 3차(부스터)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대상을 더 늘리는 한편 다음 달부터 월말마다 EPL 전체 선수단 백신 접종 비율을 공개할 계획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