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대 어문계열 vs H대 공대’, ‘지방 한의대 vs K대 행정학’
대학입학 수시모집 추가합격자 발표와 정시모집을 앞두고 입시정보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비SKY(서울·고려·연세대) 대학의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택할 것인지, 전공보다는 SKY 간판을 보고 문과 계열로 방향을 틀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수험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올해 수능시험에서 수학이 어렵게 출제돼 이과생이 대학지원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자 모의지원 사이트에는 상위권 대학 문과 쪽으로 정시지원을 타진하는 이과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평생 안정적인 임금이 보장되는 직장을 원하는 수험생이라면 21일 한국은행의 BOK 경제연구에 실린 ‘전공 불일치가 불황기 대졸 취업자의 임금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보고서’를 참고해 볼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대학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취업하는 ‘전공 불일치’ 비율은 5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에서 인도네시아(54.6%)에 이어 2위에 올랐다. OECD 평균(39.6%)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전공 불일치가 한국 근로자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4.1%(11위)를 기록했다. 전공불일치비율 1%포인트 상승시 임금이 4.1% 감소한다는 뜻인데 OECD 평균치 -2.6%의 2배 정도 임금손실이 많다.
전공 불일치 비용이 야기하는 생산성 손실은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97%로 조사대상 24개국 중 영국, 에스토니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불황기에는 전공과 산업간의 불일치 정도가 더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임금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불황기에 졸업한 대학생의 경우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실질임금은 직장경력 0~1년에 8.3% 감소한 후 2~3년에는 7.0% 줄어 감소폭이 축소됐다. 2005년 불황기의 경우 실질임금은 직장경력 0~1년에 -9.2%, 2~3년에 -8.6% 였고, 2009년에는 0~1년에 -9.4%, 2~3년 -7.0%로 추정돼 1998년 불황기에 비해 다소 큰 모습이다.
보고서는 불황기에 전공 불일치 정도가 확대되는 것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은 높으나 일자리가 부족한 불황기에 전공 관련 업무 능력을 쌓기 어려워지면서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제약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게다가 전공불일치가 불황기라는 요인보다 임금 손실에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 경력이 0∼1년인 근로자의 임금은 2009년 8.3% 감소했는데, 연구 모형을 통해 전공 불일치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2.9% 줄어드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전공 불일치 비율이 낮아지면 불황기라 하더라도 임금 손실은 적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