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자중지란이 점입가경이다. 막장드라마보다 한심하고 유치원생들 말다툼보다 유치하다. 대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제1야당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들다.
이준석 당대표(상임선대위원장)는 21일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발단은 조수진 최고위원(선대위 공보단장)과의 갈등이었다. 조 최고위원은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윤핵관 문제를 정리하라’는 이 대표의 지시에 “내가 왜 그쪽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고성이 오간 뒤에 회의는 파행됐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 최고위원은 일부 기자들에게 이 대표를 비난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의 어떤 사과도 받아들일 생각 없다”며 선대위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국민의힘 자중지란은 지난 10월에도 벌어졌다. 윤석열 후보 측근 세력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및 이 대표 간 감정싸움이 극심했고, 당대표 패싱과 당무 거부 소동도 있었다. 결국 선대위 출범이 한 달 미뤄졌고 상승세를 보이던 윤 후보 지지율은 꺾였다.
정당 내부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국민 앞에 원색적인 민낯을 보이며 치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막장극의 일차적인 책임은 조 최고위원에게 있다. 선대위 공보단장이 상임선대위원장에게 항명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비판받는 유튜브 내용을 빌려 당대표를 비난하는 것도 선을 넘었다. 이 대표도 문제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당대표가 갈등 확산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사퇴를 외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지 20일도 되지 않았다.
윤 후보의 인식도 안이하다. 윤 후보는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우연히 벌어진 일이므로 오해를 풀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다. 대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리를 차지하려는 권력투쟁, 후보에 대한 충성경쟁이 외부로 드러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조 최고위원은 뒤늦게 사퇴했지만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 윤 후보는 오합지졸이라는 평가를 듣는 선대위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윤 후보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국정 청사진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부인 문제와 내부 분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래놓고 대선에서 표를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가.
[사설] 막장극 벌이는 국민의힘, 이래놓고 표 달라고 하다니
입력 2021-12-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