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소상공인 등이 자금을 대출 받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로 사용하면 채무를 감면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손실보상에서 제외됐던 인원 제한 피해 업종에도 보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연간 50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 신용 대사면, 채무를 국가가 매입하는 방식의 채무 조정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피해가 누적됐고 최근 방역 유턴으로 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반길 만한 공약들이다.
하지만 이런 화끈한 공약들에 마냥 박수만 칠 수는 없다. 공약 이행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채 소상공인들 듣기 좋은 대책만 늘어놓아서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태라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은데,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빚으로 마련한 재원은 당장은 달콤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언젠가는 갚아야 해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 100조원 보상 지원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급히 추진하자며 정부와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1주택자 양도세 및 종부세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등 세수 감소를 초래할 정책들을 밀어붙이고는 재정 당국이 반대하는 추경으로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염치없다. 재정 운용 책임을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여당 대선 후보로서는 적절치 않은 태도다.
손실 보상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나 국가 채무를 늘려 돈을 푸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합리적 기준을 갖고 지원 대상과 규모를 정하고 재원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내년 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추경을 하는 게 정도다. 그런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대선을 겨냥한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현실성 낮은 공약으로 기대만 잔뜩 부풀리는 건 유권자를 속이는 일이다.
[사설] 코로나 피해 지원 빌미로 선거용 돈풀기 안 된다
입력 2021-12-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