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푹 숙이고 밭을 갈자”… 李 지지자들 온라인서 문구 유행

입력 2021-12-22 04:0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고개 푹 숙이고, 밭을 갈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문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클리앙,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등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 근원지다.

유행이 시작된 건 최근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서는 일부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지지자들은 “고개 쳐들지 말자”며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섣불리 들뜨지 말자고 서로를 다잡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이 후보가 뒤지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올린 글들이 오히려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글에는 “역시 이재명은 아직 멀었다”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격차 10% 이상 벌리기 전까지는 밭갈이해야 한다” 같은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이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들을 공유하고, 자조적인 내용의 댓글을 달면서 선거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길 서로 독려하는 모습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자발적으로 포털에 뜬 이 후보 관련 기사를 주변인들에게 공유하고 ‘선플(좋은 내용의 댓글)’ 달기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된다. 지지자들은 이를 ‘밭을 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 때마다 강조한 ‘우리가 언론이 되자’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언론지형이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소식과 저들의 잘못을 SNS, 커뮤니티 댓글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왜곡된 정보를 고치자”고 호소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지지층의 이런 노력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21일 “얼마 전에 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골든크로스(역전)를 했는데, 지지자들이 ‘신뢰할 만한 조사기관이 아니다’면서 ‘차분해지자’고 분위기를 끌고 가더라”며 “후보는 겸손하고 절박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지지자들도 후보만큼이나 절박한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주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