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크리스마스 마켓

입력 2021-12-22 04:05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거실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면 길거리에 장식된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나를 반긴다. 때때로 울려 퍼지는 맑은 종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들뜨게 만든다. 깜깜한 냉장고 안이나 창고에 갇힌 상태여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걸 모를 수 없는 분위기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온몸으로 크리스마스를 환영하고 즐긴다. 카페나 식당 어디를 가더라도 크리스마스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이들의 강한 기운에 이끌려 덩달아 나도 크리스마스를 온몸으로 기다리게 됐다. 최근에는 성 이슈트반 성당 앞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다녀왔다. 어떤 음식들과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을지 궁금했다. 기대하고 상상한 그 이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은 아름다웠다. 음악을 틀어놓지 않아도 어디선가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독특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로봇으로 분장하고 나와서 관심을 즐기는 사람이 있었고, 자신이 키우는 새 여러 마리를 데리고 나와서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당의 야외 테이블은 전부 만석이었다. 백신 접종 확인서를 확인하는 줄은 끝없이 길었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느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판매되는 마카롱의 달콤한 향과 뱅쇼의 상큼한 향을 느낄 수 없었다. 다들 마스크 크기만큼의 자유를 잃었음에도 행복한 표정으로 질서를 지키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행복한 기운이 퍼져 밤하늘은 유난히 맑고 파랬다. 행복이란 감정은 참 대단하다. 다른 어떠한 감정으로도 행복한 에너지를 억누르거나 파괴할 수 없다. 파괴하려 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행복한 감정에 함께 물들다 보면 결국엔 세상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이 감정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공기처럼 퍼져 사람들 마음속 불행을 말끔히 없애준다. 행복의 힘은 강력하며 공평하다. 우리가 크리스마스만 되면 괜스레 설레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웃음이 터지는 이유가 행복에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