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 논란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결단력과 실행력을 강조해 온 이 후보도 가족 문제 앞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어 사과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하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20일 “지금 이 후보를 보면, 속수무책으로 그저 상황이 정리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사과만 할 게 아니라 선제적 조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장남 관련 의혹이 언급될 때마다 바짝 몸을 낮추고 사과를 거듭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도박 의혹 제기 후) 아들과 둘이 붙잡고 울었다”면서 “자식을 가진 것이 부모의 죄라고 하니 안타까우면서도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런 글이 왜 남아있느냐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탈퇴하고 지우려 했는데 못 지우게 됐다’고 했다”며 “본인도 못 지운 것을 (언론에서) 어떻게 알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0일 “의혹 제기 당일 바로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이후에도 계속 사과하고 있다”며 “후보가 직접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시민단체가 이 후보 장남을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고, 형사적으로 책임질 일이 생기면 책임질 것”이라며 “다른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도 장남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의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상대 진영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쌓아온 ‘사이다 이재명’ 이미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외에 이 후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특히 계속 제기되는 장남의 성매매 의혹을 놓고는 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성매매 의혹도 이미 보수단체가 추가 고발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수사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사생활 문제를 공격했던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토리 엄마’ ‘쥴리’ 등을 언급하며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도덕적 우월성을 거론했던 것 때문에 이 후보가 아들 논란에 대처하는 것이 더 궁색해졌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장남의 도박 의혹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윤 후보보다 대처는 잘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 후보 입장에서는 뭘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한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