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차 워킹맘 이모(31)씨는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첫 평일인 20일 ‘전쟁 같은’ 아침을 보냈다. “임신부는 가급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담당의사 권유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 방역패스 적용 시설이 확대되면서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 갈 수 없게 됐고, ‘혼밥’을 하자니 그것도 눈치가 보였다. 결국 점심 도시락을 챙기기로 했다. 첫째 아이 등원에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한 이씨는 “업무 시작도 전에 녹초가 됐다”며 “당장 휴직할 여력도 안 되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방역패스가 식당이나 카페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박물관, 공연장, 놀이시설에도 적용되다보니 아이를 둔 미접종 임신부들은 사실상의 외출 족쇄가 생겼다. 키즈카페도 원칙적으로는 방역패스 제외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내부에서 식음료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미접종자 입장이 제한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이 같은 외출 제한은 ‘돌봄 공백’까지 낳고 있다. 지난 6월 쌍둥이를 임신한 박모(32)씨 역시 주치의로부터 “안정기에 접어들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어 접종을 계속 미루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후 네 살인 첫째와 갈 곳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박씨는 “첫째 아이와 한창 추억을 쌓아야 하는 시기인데 외부 활동이 제한되니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백신 접종 초기부터 임신부 사이에서 ‘접종 후 유산됐다’는 식의 소문이 돌면서 백신에 대한 두려움도 큰 상황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체 임신부 수는 13만6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기준 접종을 마무리한 임신부는 1149명에 그친다. 대부분 접종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30대 임신부 남모씨는 “임신 중에는 두통약 한 알, 커피 한 잔도 먹지 않는데 부작용 소식이 계속 들리는 백신 접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역시 “백신에 임신부와 태아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초기 임신부의 경우 진찰 후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의사들도 임신부에게는 “백신 접종을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미접종 임신부들은 백신 소외감에 더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장시간 길 위에서 대기하거나, 구급차에서 출산한 사례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임신부는 “아기가 염려돼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 완전히 사회적 외톨이가 된 기분”이라며 “백신 접종도 꺼려지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민지 전성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