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는 무슨… 종부세, 양도세 이어 공시가 ‘주물럭’

입력 2021-12-21 00:0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여당이 1가구1주택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방안 추진에 이어 ‘공시가격’에도 메스를 꺼내 들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나 지역 건강보험료 등 60여개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대선을 앞두고 공시가격 급등으로 서민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 나오자 아예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내년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를 산정은 하되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편법을 들고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부동산 정책이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 때문에 원칙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국토교통부 등

당정은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제 제기한 내년 공시가격 산정방안을 논의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재산세, 상속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의 기초가격이다. 지역 건보료,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공공주택 입주 기준 등 각종 복지 정책의 지표이기도 하다. 등락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 올해 19.05%가 올랐다. 내년에도 20~30%가량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유세 기준가격이 오르는 만큼 주택 소유주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둔 당정은 이날 고육지책을 내놨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1주택을 보유한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종부세·건강보험료 등 제도별 완충 장치를 보강하겠다”며 “올해 발표된 공시가격을 내년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복잡한 각종 기준을 하나하나 건드리는 대신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에도 준용하겠다는 취지다.

당정이 원칙 없는 기준을 내놓은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1가구1주택자 등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세금 폭탄’에 직면하자 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당장 세 부담을 덜 방안을 짜낸 셈이다.

이 후보의 발언에서 출발한 이번 당정 협의안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 교수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세제를 살펴봐야 한다. 찔끔 완화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세금폭탄인 건 마찬가지다. 표를 의식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