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전엔 내로남불 없다’더니… 부인 문제엔 어정쩡한 사과

입력 2021-12-21 04:0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의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전방관측소(OP)에서 쌍안경으로 전방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윤 후보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군 장병의 노고에 합당한 처우를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과는 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듯한 인상을 계속 준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부인 김씨 의혹을 대하는 자세가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 후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충돌한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20일 “윤 후보가 사과를 하면서도 자꾸 김씨를 옹호하는 듯한 사족을 붙여 민주당의 ‘윤로남불’(윤석열의 내로남불)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는 지난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연설을 통해 “윤석열의 사전엔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김씨 의혹에 대해서만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모호한 사과를 거듭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윤 후보는 그동안 김씨를 감싸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왔다.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물위로 떠올랐던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허위 경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15일에도 “저쪽(여권)에서 떠드는 얘기 듣기만 하지 마시고, 한번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시간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물어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잇단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자 ‘조건 없는 사과’를 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17일 당사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윤 후보의 사죄 모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제가 제 처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국민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과를 올렸습니다만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나”며 억울한 감정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 의원은 “윤 후보가 검사 시절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유무죄’의 시각에서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것 같다”면서 “억울한 마음이 들더라도 일단 국민 눈높이에 맞춰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논란 진화에 주력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의) 사과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면 당은 겸허하게 수긍할 자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윤 후보의 ‘추가 사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의 앞날을 위해 각 후보가 어떤 주장을 내걸고 경쟁할지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준석 대표도 “최근 상황이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지점이 있다면 선대위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해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