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를 3048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과 기술력에 의구심이 깊다.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를 거쳤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쌍용차의 ‘잔혹사’가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지난해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은 897억원이다. 쌍용차 매출(2조9297억원)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새우가 고래를 먹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는 당초 에디슨모터스 측에서 제시했던 인수대금보다 약 51억원 줄어든 금액으로 인수 계약을 맺기로 했다. 쌍용차는 지난 17일 서울회생법원에 인수대금 조정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규 자금조달 계획과 회생채권 변제율 등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면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지는 변수다. 업계에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운영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1조6000억원 안팎으로 본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산업은행이 7000억~8000억원의 대출을 해주면 좋겠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의 대출 신청을 받기도 전에 공식자료를 내고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
여기에다 전기버스에 집중된 에디슨모터스 기술력이 쌍용차의 ‘전동화 전환’을 이끌 수 있을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에디슨모터스는 내년까지 1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자금력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뿐더러 전기차 경쟁력은 무선 업데이트,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에서 좌우하는데 글로벌 경쟁자들과 비교해 뒤쳐진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포트웨어 개발 능력과 전문인력 확보 없이 전기차 기술력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해외 판매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쌍용차의 해외 판매량은 1만3689대로 국내 판매량(2만662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 대상국도 대부분 내연기관 비중이 높은 나라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면 해외 판매전략에도 상당한 변화를 줘야 한다.
일단 쌍용차는 생존을 위해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쌍용차 측은 지난 16일 열린 채권단 간담회에서 “무쏘 후속인 J100(프로젝트 명칭)의 전기차 버전(U100)에 탑재할 전기차 배터리 공급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업체로는 지난해에 쌍용차와 U100 배터리 및 파워트레인 공급 여부를 논의했었던 중국의 BYD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BYD는 중국 내 전기차 1위 업체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와의 최종 계약은 에디슨모터스 인수 본계약이 체결되는 다음 달쯤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평택공장의 폐쇄된 2라인을 전기차 생산시설로 구축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