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틀 만에 바뀐 조세 정책, 노골적 관권 선거 아닌가

입력 2021-12-21 04:03 수정 2021-12-21 04:03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일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 기준으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공시가격 재검토를 요청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당정 결과다. 여당 후보의 한마디에 나라의 조세 정책이 갑자기 바뀌었다. 정상적인 정책 결정이 아니라 표를 겨냥한 선심 정책이다. 정부가 여당 입맛대로 정책을 바꿔주는 노골적인 관권 선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자 민주당과 정부가 20일 당정회의를 열어 이 후보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산정된 올해 공동주택(아파트·연립·빌라)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5%였다.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하면 내년 공시가격도 20~30% 오를 전망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대선 투표가 있는 내년 3월에 공개된다. 재산세와 종부세, 건보료가 급격히 오르면 대선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정이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 세금 산정에 적용한다는 이상한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정부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세금 정책은 더욱 그러해야 한다. 내년은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한다고 쳐도, 내후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일 뿐이다. 선거를 앞둔 여당이 정책 변경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달라야 한다. 게다가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예상 못 한 일도 아니었다.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시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공시가 산정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유지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고, 여야 대선 후보들도 한목소리로 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절차를 밟고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처럼 여당 요구에 정부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 세금으로 인심 쓰는 선거 운동이 가장 나쁜 관권 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