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정치판’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싱크로율을 보이면서도 비판보다 풍자와 재미에 집중한 웨이브 오리지널 웹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는 지난달 12일 웨이브에서 전편이 공개된 후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드라마를 기획한 송편 크리에이터는 20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드라마를 반영하고 있다’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편은 ‘이상청’을 연출한 윤성호 감독의 크리에이터로서 예명이다.
시청자들이 현실인지 드라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라고 평가한 이유는 ‘이상청’이 정치 현실을 디테일하게 풍자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의 비상대책위원인 극우 종교인이 “30·40대 남자들 표를 매수해야 하는데 여자 의원들이 오십 줄이 넘어 어필이 안 된다”며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장면, 주인공 이정은(김성령)이 진보 지식인을 자처하지만 지적 허영심만 남은 남편에게 “소화도 못 하는 개념들 SNS에 찌끄리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니”라고 일갈하는 장면 등이 그랬다.
꼼꼼한 정치 고증 때문에 작가 중 보좌관이나 공무원 출신이 있다거나 어마어마한 ‘정치덕후’(정덕)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송편 크리에이터는 “그런 사람은 없다”면서 “공동 집필한 작가 중 김홍기 작가가 자신을 나름 ‘정덕’이라 여겼지만 대본을 쓰다가 ‘내가 정덕이라고 자부하면 안 될 것 같다’며 겸손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적 서사를 잘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송편 크리에이터는 기획 과정에서 “현실 정치의 디테일에 너무 구애받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북한의 고위급 임원이 한국 코스피 지수에 정말 관심이 있을지 없을지 우리는 모른다. 그냥 그런 캐릭터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상상해본 것”이라며 “그간 크게 다뤄지지 않은 ‘여의도 정치의 여집합’처럼 분류되던 정치적 서사, 평범한 시민이 뉴스와 SNS를 통해 알거나 짐작해 볼 수 있는 소재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팩트 체크’는 정치적 사건보다 등장인물의 말투, 반응 등을 보완하기 위해 이뤄졌다. 송편 크리에이터는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하는 개연성보다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공무원들이 쓸 수 있는 어휘는 무엇인지, 조직도로 봤을 때 누가 더 높은지, 저 정도 위치에 있는 분들은 스펙이 어떻게 될지 이런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에서 국회의원, 장관을 역임하고 청와대 진출까지 꿈꾸는 이정은이란 인물을 기획하면서 그는 여성 지도자가 등장하는 해외 드라마들을 참고했다. 연립내각을 이끄는 여성 총리를 주인공으로 한 덴마크 드라마 ‘보르겐’과 미 CIA 출신의 여성 국무장관과 그 가족 이야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가 이정은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줬다. 송편 크리에이터는 시즌2를 기획하면 기존 등장인물의 배경과 이후 행보에 더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