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하던 35세 보리치, 칠레 최연소 대통령 당선

입력 2021-12-21 04:03
칠레 대통령으로 선출된 가브리엘 보리치가 19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의 35세 젊은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는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그는 “모든 칠레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10년전 대규모 교육개혁 시위를 이끌었던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의 밀레니얼 세대 변호사 가브리엘 보리치(35)가 당선됐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좌파연합 ‘존엄성을 지지한다’ 후보로 출마한 보리치는 이번 선거에서 55.9%의 득표율로 강경우파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 후보를 10.8%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달 1차 투표에선 카스트가 27.9%, 보리치가 25.8%를 각각 얻었지만 결선에선 보리치가 역전했다. 승패가 명확해지자 카스트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보리치에게 전화해 당선을 축하했다.

보리치는 내년 3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후임으로 취임해 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4년간 칠레를 이끈다.

그는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 앞에서 “모든 칠레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책임감 있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의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젠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약속한 사회적 평등, 부유세 신설을 통한 증세, 국가재정 지출 확대 등 좌파 공약 실천을 약속했다.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 출신의 보리치는 칠레대 재학 중이던 2011년 지하철 요금 인상이 계기가 돼 번진 대학생들의 교육개혁 시위를 이끌었다. 이 시위는 칠레 국민들의 의료·연금 개혁 요구 시위로 이어졌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절 제정된 헌법의 폐기와 새 헌법 제정 결정으로 이어졌다.

변화를 향한 칠레 국민의 열망 속에 승리한 보리치는 현재 제헌의회가 작성 중인 새 헌법 초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르는 임무를 맡게 된다.

새 정권이 출범하고 새 헌법이 제정되면 칠레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치의 당선은 미첼 바첼레트 정부 이후 4년만의 좌파 정부 탄생으로 받아들여진다.

보리치가 35세의 젊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부의 재분배와 복지지출 확대 등 전통적인 좌파 정책은 물론 ‘탄소배출 제로’ 등 친환경 공약까지 내세우고 있어 향후 칠레 사회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에 이어 칠레까지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면서 중남미의 좌파 우세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보리치가 취임하면 ‘비트코인 독재자’로 불리는 중미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40)에 이은 밀레니얼 세대 출신 국가 정상이 된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