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정신적 탈진을 호소하는 코로나 의료진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병상 가동률은 의료체계 지탱의 마지노선인 80%를 넘어 90%에 육박했다.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러 현장의 모든 의료 인력이 환자들에게 매달려 지낸 지 한 달이 넘었다. 코로나 의료진은 대부분 2년째 거동도 불편한 방호복을 입고 혹독한 환경에서 부족한 인력을 초과 근무로 메워온 이들이다. 그들이 감내하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고, 치료도 못해본 채 목숨을 잃는다. 의료인에겐 전쟁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숱한 생사의 고비를 오롯이 책임져야 했다. 어느 간호사는 “환자의 목숨을 책임감 있게 감당할 수 없어 그만둔다는 동료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이런 번아웃 현상 등으로 인해 서울 8개 시립병원의 간호사 부족 인력은 올해 77%나 급증했다.
한계 수위를 넘어선 저수지의 둑이 터지듯,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파업이 벌어지고 국립병원 노조가 20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했다. 의료 인력을 더 확충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행정명령서로 병상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 병상은 사람이 있어야 운영되는 것”이라면서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을 쥐어짜는 대책에서 제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K방역은 지난 2년을 버틸 수 없었다. 정부의 호소에 충실히 화답해온 이들에게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의료 현장의 인력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차츰 정체가 드러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는 국내에서 몇 달 새 우세종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지금 유럽과 미국에서 보듯 가공할 전파력으로 광범위한 감염을 일으킬 경우 의료 붕괴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사설] 번아웃 의료진의 인력 확충 호소, 정부는 성실히 화답해야
입력 2021-12-2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