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부응하는 국토관리체계 개편

입력 2021-12-21 04:05

기후변화, 저성장과 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사회 진전 등은 국토관리에 적지 않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간 한국의 국토관리체계는 도시 지역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2002년 국토계획법에 의해 도시와 비도시를 포괄하는 계획적 국토관리체계가 구축됐지만 비도시 지역으로 분류된 농촌은 관리지역, 농림지역으로 지정만 한 채 방치돼 온 게 사실이다. 공간계획에서 농촌이란 공간 특성은 고려하지 못했다.

이 공간의 의미가 바뀌었다. 관리지역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계획관리지역은 개발과 보전의 완충 공간이면서 개발 예비지로 관리되는 지역이다. 이곳에 우리나라 농지의 23%, 임야의 6%가 분포돼 있다. 이 외에도 전국 주택의 32%, 공장의 41%가 있고 축사·창고·음식점·위험물 처리시설·장묘시설 등 여러 시설이 혼재해 있다. 농촌은 더 이상 비도시 지역이 아니다. 국토관리 차원에서 농촌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유럽의 대표적 미래학자인 마티아스 호르크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래연구소장은 미래 주거 공간이 신유목민적 생활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두 개의 핵심 공간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망을 갖춘 전원, 즉 농촌 지역이 그중 하나가 된다고 전망했다.

이미 농촌은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을 활용한 바이오산업 등 농식품 관련 산업의 6차 산업화를 지원하고 수용하는 공간으로 부상했다.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살펴보면 탄소 흡수원 확대를 위한 훼손지·주요 생태축 산림복원, 스마트 농업 기술 확대 등 농촌의 역할이 크게 담겼다. 보전 정책도 농촌 지역의 역할이다. 국토관리 측면에서 난개발 방지로 녹지 훼손을 막는 조치가 필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각종 여건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촌 공간을 기능과 입지 특성에 따라 세분화해 주거, 경작, 산림, 여가 관광, 시설물 지역 등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 농지와 산지 관리의 유기적 연계를 높여야 한다. 축사·공장·창고·혐오시설물 등은 별도 용도지역으로 집단화해 용도의 혼재를 막을 필요도 있다. 준보전산지 중 산림 생태축 보전 및 산지 지형 회복에 필요한 지역은 보전산지로 변경해 산림 훼손을 방지해야 한다. 인근의 한계농지도 농업진흥지역으로 분류해 농지와 산지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관리지역이나 농림지역 중 거점 취락 지역은 농촌형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하고 의료·교육·문화·첨단정보시스템을 갖춰 농촌 주민뿐 아니라 창조 계층, 젊은 영농인,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토관리의 기본 틀은 국토계획법으로 지정하는 국토의 용도 구분이다. 농촌의 미래 변화를 체계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하는 국토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토 리모델링 차원에서 농촌의 취락, 농지, 산지에 대한 용도지역 개편을 단행해야 할 시점이다.

채미옥 ㈔연구그룹 미래세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