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시가 현실화 속도조절”… 文 대표정책에 또 ‘메스’

입력 2021-12-20 04: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에 연이어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이는 여당 후보에게 쏠리는 ‘부동산 책임론’을 피하면서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정과 세밀한 조율 없이 이 후보가 무리하게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19일 서울 효창공원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 순국 제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국민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정책이 국민 삶을 개선하고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반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민생 경제를 고려해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기초연금 등 복지수급 자격을 판단하는 데도 활용된다. 이 후보는 급격히 상승 중인 공시가격이 각종 세금 등에 적용되는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조정계수)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의 제안은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의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서울시의원단과의 비대면 간담회에서 서울 지지율 회복 문제를 거론하며 “민주당의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한시적 양도세 완화 등 집값 문제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오는 23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정안 열람을 시작으로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3월까지 단독주택과 표준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정안이 줄줄이 발표되는 상황도 고려됐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부동산 문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이 후보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정부와도 조율하는 것이 숙제다. 이 후보가 앞서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두고도 당내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청와대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굳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도 부동산 문제만큼은 잘못한 게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공시가격 제도개선 당정협의회 결과를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 후보는 정부의 방역 강화로 피해를 보게 될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방역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키로 한 것에 대해 “매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에 다시 각을 세운 것이다.

정현수 오주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