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남 담화 이후 두 달 넘게 잠행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공식 서열이 대폭 상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가한 간부들을 소개하며 김여정의 이름을 당 정치국 위원들과 후보위원들 사이에 호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9일 “김여정이 정치국 위원이면서 선전선동부 부장 또는 정치국 후보위원이면서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김여정의 정치국 재진입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김여정은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선전선동부 부부장 및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강등됐다. 당 정치국이 30명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김여정의 서열은 30위권 밖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김여정은 대남·대미 외교 업무 전반을 관장하며 자신의 명의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위상은 그대로였다.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여정이 국정운영기구인 국무위원회에 진입한 것도 위상에 걸맞은 직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부 결속을 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와 김여정의 승진을 연관해서 볼 필요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있긴 하지만 경제난과 청년층 이탈 등을 통제해야 하는 김정은으로선 그래도 가장 믿을 수 있는 게 피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과 여동생 김경희’의 관계가 ‘김정은-김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경희가 ‘비선’으로 남았던 것과 달리 김여정은 국가 운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