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파상공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의 빠른 의혹 인정 및 사과로 ‘아들 리스크’의 여파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19일 김씨가 2007년 안양대, 2013년 수원여대 교수직에 지원하면서 이력서에 기재한 미국 뉴욕대 연수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기 의원은 “2006년 뉴욕대 학사 안내를 확인한 결과 김씨가 이력서에 적은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가장 유사한 이름을 가진 과정은 외부인에게 별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박했다. 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김씨가 2006년 다닌 서울대 GLA(문화콘텐츠 글로벌리더) 과정에 뉴욕대 연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김씨는 동기들과 함께 뉴욕대에서 수업을 들었고 수료증도 발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김씨가 2006년 10월 뉴욕대 스턴 스쿨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사진이 담긴 과거 기사를 찾아 SNS에 올렸다. 이 대표는 “후보 배우자가 사진 속에 있다”며 “10년도 더 된 조각을 찾아서 해명해 나가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조각은 조금씩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김씨의 경력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했던 윤 후보는 19일 윤봉길 의사 순국 제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 처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국민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과를 올렸지만,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으냐”면서 “그런 부분은 여러분이 잘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 장남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잠시 주춤했던 민주당이 다시 ‘김건희 총공세’에 나선 것은 이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방에 가보면 가장 많은 반응이 ‘성인이 된 자식이 하는 일을 부모가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부모로서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오히려 공감하는 국민이 다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 유권자들이 이 후보 아들 문제보다 윤 후보 배우자 문제에 더 부정적일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여성들은 아무래도 같은 여성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녀 문제보다 배우자 문제를 더 크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아들을 두둔하지 않고 의혹을 깨끗하게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윤 후보의 ‘억지 사과’ 논란과 대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 파일 원본을 비방이나 낙선 목적으로 유포할 경우 위법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녹음 파일 원본을 유포하는 것만으로는 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서영교 선대위 총괄상황실장은 “녹음 파일 전체를 틀더라도 선거 시기인 지금은 낙선, 비방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법적 조치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강보현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