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감염 속출… K방역의 자랑 ‘역학 추적’도 위기

입력 2021-12-20 00:04
국민DB

단계적 일상회복이 멈춰섰지만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력 부족과 확진자 급증이 겹치면서 감염의 연쇄 고리를 끊을 역학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역망 밖 ‘깜깜이 감염’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유행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전날보다 9명 증가한 1025명이라고 밝혔다. 이틀 연속 1000명대로 이 가운데 85.0%가 60세 이상이다. 중환자실도 포화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85.9%였다. 이틀 전 87.1%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다. 수도권에서 병원 입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이는 893명이다. 사망자도 78명 나왔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였음에도 유행세가 가라앉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자가격리 중 검사를 받고 확진되는 비율인 ‘방역망 내 관리비율’이 11월 첫째주(10월 31일∼11월 6일) 40%에서 이달 셋째주(12월 12일∼15일) 24.7%로 급감한 데서 보듯 방역망 밖 감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신천지발 감염사태 때는 80% 수준이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감염 경로를 알기 힘든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방역망 내 관리비율이 30%대를 밑도는 건 유행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 예측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 입구에서 방역패스를 인증하고 있다. 해당 영화관에는 ‘전체 상영관을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는 국내 방역 전략의 핵심인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3T 중 치료에 구멍이 생긴 상황에서 추적 부문마저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16일 “역학조사 인력도 부족하며 방역망 내의 관리비율이 20%대로 낮아졌다”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론 역학조사 인력을 단기간 내 대폭 충원하기 어렵고, 확진 규모도 7000명을 넘겨 정밀한 추적이 쉽지 않다. 정 교수는 “국내 역학조사 능력은 지난해 신천지 사태 당시에 머물러 있다. 조사관 충원·보강에 소홀했다”며 “현재로선 역학조사 인력이 행정업무까지 맡지 않도록 분업체계를 재점검해 집중도를 높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깜깜이 감염) 우려는 사실이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나가는 게 유행세를 잠재울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6236명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12명이 추가돼 누적 178명이다. 이날까지 오미크론 감염자 중 4명은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확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74명 중 88명은 미접종이었고, 4명은 1차 접종, 76명은 2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감염됐다. 6명의 접종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