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 여파로 20대와 30대의 자산 격차가 50% 가까이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20대와 30대는 취업, 결혼 등의 변수로 인해 자산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격차가 최근 더 크게 벌어지면서 자산만 놓고 봤을 때 이들을 ‘MZ세대’로 묶어 부르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19일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최근 4년간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가구주 연령 기준 30대 가구와 20대 이하 가구의 평균 자산 격차는 2017년 1억8860만원에서 올해 2억7877만원으로 4년 만에 47.8% 늘었다. 20대 이하 가구 평균 자산이 9781만원(2017년)에서 1억2140만원(2021년)으로 2359만원(24.1%) 증가할 때, 30대 가구 평균 자산은 2억8641만원에서 4억17만원으로 무려 1억1376만원(39.7%) 뛰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자산 가치가 뛰면서 20대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대의 평균 자산 보유액은 1억원 넘게 증가했다.
20대와 30대의 자산 격차가 벌어진 건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최근 4년간 금융자산 평균 보유액을 비교하면 30대가 1억237만원에서 1억2748만원으로 2511만원 증가했을 뿐, 그 외 연령대에서는 증가 폭이 1473만(60대 이상)~1903만원(20대 이하)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부동산, 자동차 등 실물자산 보유 가구의 실물자산 중앙값(금액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자산가격) 차이는 극명해졌다. 2017년 1억4000만원이었던 30대 가구의 실물자산 중앙값은 올해 3억2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40대·50대 가구의 실물자산 중앙값이 각각 3억7000만원, 3억6000만원임을 고려할 때 거의 비슷해진 수준이다. 20대 이하 가구의 실물자산 중앙값은 4년 전 2000만원에서 올해 1억9000만원으로 뛰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었다. ‘영끌’과 ‘빚투’를 통해 30대 가구가 40·50대와의 자산 격차를 줄였지만, 20대 이하 가구는 영끌과 빚투에서도 한계를 보인 셈이다.
이 같은 20대 이하와 30대 간 자산 격차 이면에는 ‘부채의 격차’가 존재한다. 30대 가구의 평균 부채 총액은 2017년 6872만원에서 올해 1억1190만원으로 4318만원(62.8%) 증가했다. 20대 이하 가구 역시 2385만원(2017년)에서 3550만원(2021년)으로 4년 새 부채가 늘었지만, 증가 폭은 30대 가구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올해 30대 가구의 평균 담보대출액은 7425만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 이하 가구의 담보대출액은 2500만원에 그쳤다. 30대 가구의 신용대출이 2017년 1030만원에서 올해 1471만원으로 441만원 증가한 반면, 20대 이하 가구의 신용대출은 741만원(2017년)에서 648만원(2021년)으로 오히려 93만원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결국 상환 능력과 직결된 소득과 직장인데, 청년 실업이 심해지면서 20대 취업자가 점점 줄다 보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능력에서도 20대 이하와 30대 간 격차가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