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곡 저작권 무상 제공에도… 예년 같지 않은 캐럴 인기

입력 2021-12-20 04:07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캐럴 활성화 캠페인 포스터.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계와 함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카페, 음식점, 마트 등에서 캐럴을 틀도록 권장하는 게 골자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캐럴 22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은 3만명에게 캐럴 음원 이용권을 증정했다. 문체부는 저작권료 문제로 매장에서 캐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을 고려해 상담 전화도 운영한다.

하지만 캠페인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각종 규제가 여전한 데다 새로운 캐럴 히트곡이 나오지 않으면서 캐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캐럴은 일제강점기 때 교회를 중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1945년 해방 후 미군 주둔과 함께 다양한 캐럴이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1980~90년대 많은 가수가 캐럴 음반을 발표했고 메가히트곡도 나왔다. 당시 불법 복제 카세트테이프나 CD를 팔던 손수레는 물론이고 가게들도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형 스피커를 밖에 내놓고 캐럴을 틀었다.

21세기 들어 온라인 음악 서비스 활성화로 음반 시장이 몰락하면서 거리에서 캐럴을 듣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2013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 음악 사용료를 내게 한 것도 매장이 캐럴을 트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져 연말 분위기가 침체된다는 여론이 일자 문체부는 2015년 저작권단체연합회, 음악저작권 4단체와 함께 저작권 걱정 없이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기존에 저작권료를 내던 백화점 등 대형매장은 캐럴을 틀기 위해 추가로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고 카페 등 중소형 영업장은 저작권료 부담 없이 캐럴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어떤 규모의 매장이든 저작권을 내지 않아도 되는 캐럴의 수도 2019년 14곡에서 올해 22곡으로 늘렸다.

하지만 거리에서 캐럴을 내보내는 데는 저작권료 이외의 문제도 있다. 옥외에 확성기를 놓고 캐럴을 틀면 생활소음 규제에 걸린다. 외부까지 들리도록 가게 문을 열고 실내에서 캐럴을 트는 것은 에너지 규제 정책 위반이 된다. 이 때문에 행정 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상인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거리의 매장이 음악을 크게 트는 것은 손님을 끌어들여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인데, 캐럴이 이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국내 가요계에선 캐럴 신곡 발표가 적을 뿐만 아니라 인기곡에 오르는 경우도 드물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새로운 히트곡이 없으니 머라이어 캐리가 1994년 발표한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등 소수의 스테디셀러 명곡이 주로 흘러나온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