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에서 황제란 호칭은 특별하다. 세계 최고 실력은 기본이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인기 스포츠로 보면 펠레(축구), 마이클 조던(농구), 타이거 우즈(골프), 로저 페더러(테니스)를 통상 황제로 일컫는다. 다만 요즘 과학의 발달에 따른 체력과 기술의 향상으로 무서운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펠레의 역대 최다골(767골), 단일클럽 최다골(643골) 기록은 각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에 의해 깨졌다. 40세 페더러에게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의 질주는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황제로 대접받는 것은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인상, 즉 범접할 수 없는 임팩트 때문이다. 펠레는 조국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3차례나 이끌었고 페더러는 237주 연속 1위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3년 연속 우승→은퇴→2년 후 복귀→3년 연속 우승→다시 은퇴’라는 조던의 일대기는 드라마 그 자체다. 하지만 온갖 역경으로 추락하다 매번 일어나 정상에 오른 불굴의 의지로 치면 우즈에 필적할 만한 선수는 없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다승 공동 1위(82승)인데 현역 2위가 50세의 필 미켈슨으로 45승이다. 실력으로도 넘사벽인데 그의 골프 여정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우즈는 2009년 말 섹스 스캔들이 터진 뒤 2년간 승수를 쌓지 못했다. 2012~2013년 8승을 거둬 부활한 듯했으나 이후 2017년까지 허리 수술만 4번 받고 한때 랭킹이 1000위 밖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2018년 PGA 투어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듬해 메이저인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꽃길만 걸을 것 같던 우즈는 올 2월 차량 전복사고로 오른 다리 절단 위기까지 갔다. 모두가 끝났다고 했지만 지난 19일(한국시간) 아들과 함께 이벤트 대회에 출전, 320야드의 샷을 날렸다. 1996년 데뷔 후 교통사고 3차례, 각종 수술만 10차례가량 겪었다. 내년 투어에 나서는 것도 기적인데 왠지 우승도 머지않을 것 같다. 우즈는 우즈이기 때문이다. 오뚝이 황제의 발걸음이 어느덧 스포츠 역사가 되고 있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