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가족 스캔들이 정치판을 뒤흔들자 서로 ‘기획 공세’라며 상대측에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과 상대 당이 짜고 의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딴지를 걸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은데,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하니 한심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씨가 겸임교수 임용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지난 16일 ‘여권의 기획 공세가 부당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유감을 표했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여당이 의도적으로 띄운 것일 수 있다”며 “갑자기 몇몇 언론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하고 집중적으로 쥐몰이를 해서 온 관심이 김씨에게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지난 14일에 (김건희씨 관련) 보도가 됐는데 15, 16일 민주당 의원들이 막 이력서를 흔들고 그런다”면서 “이미 다 준비해 놨다가 보도해 주기를 기다리면서 흔들고 있었던 것”이라고 음모론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에 대해 야당의 기획 공세를 제기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은 김남국 의원은 17일 MBC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 “김건희씨 의혹을 덮기 위해 저희 후보자 아들 문제를 갑자기 터뜨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은 의혹 보도를 한 기자와 언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 자체를 불신하도록 하는 행위다. 여야는 과거 정보기관이 정치 공작을 했던 시절을 떠올리나 보다. 하지만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는 물론 해당 후보와 정치권은 정확히 실체를 파악하고 국민에게 성실히 설명하면 될 일이다. 정치권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획 공세 주장을 펼치면 국민은 더 큰 매를 들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도 아니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