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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면,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였던 생이 끝나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밤마다 일할 것이다.
나는 도시에서 춤출 것이다.
나는 타오르기 위해 빨간 옷을 입을 것이다.
나는 긴 네온 다리들을 걸친
찰스강을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차들이 지나가겠지.
그리고 차들이 지나갈 때
저만의 엘리스섬에서
혼자 춤추는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붉은 옷을 입은 숙녀에게서
비명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앤 섹스턴 시선집 ‘저는 이곳에 있지 않을 거예요’ 중
‘미친 주부’라고 불렸던 미국 시인 앤 섹스턴(1928∼1974)은 생리, 임신, 낙태, 자위, 섹스, 죽음 등을 시로 쓰며 충격을 던졌다.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억압 받는 여성의 현실을 폭로하고 위로하는 한편 시의 지평을 넓혔다. 시인은 세상에 없지만 그의 시가 지금도 읽히는 이유가 거기 있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시선집에는 섹스턴의 시 127편의 원문과 번역문이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