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감염병 취약층인 고령자가 몰린 요양시설은 입소자 가족뿐 아니라 시설 직원에게도 ‘고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입소자들 곁에서 생활하는 요양시설 직원들은 고령 환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코로나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사망자도 속출하는 상황에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경기도 A요양원의 한 관계자는 16일 “시설 내 어르신들이 확진돼 아프신데 우리가 해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결국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위중증 환자 수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의 여파가 요양원까지 미치는 것이다. 코로나에 걸리면 위중증 환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요양시설 노인들이지만, 감염이 확인돼도 병원 병상이 없어 별다른 치료 없이 사실상 방치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A요양원에서는 지난달 13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이날까지 모두 70여명의 입소자 중 절반이 넘는 3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도 6명이나 나왔다. 일상회복 시행 이전인 지난 10월까지 이 시설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첫 확진자가 나오고 연쇄 감염이 이어졌지만 요양원 측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확진자를 서둘러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문의하는 곳마다 “병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요양원 측에서 코로나에 걸린 어르신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수액을 놔주고, 산소 공급기를 달아주는 정도였다. 중환자 대응 의료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요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원 면회가 제한되면서 입소해 있는 어르신들을 그간 그들의 가족보다도 가까이 돌봐 온 요양보호사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3일 확진된 한 어르신이 갑자기 호흡곤란 상태가 와 20분 만에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담당 선생님은 죄책감과 무력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급히 119를 불러도 ‘병실이 없다’고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례업체를 운영하는 박모(35)씨는 “최근 요양 시설을 다녀보면 ‘확진자에게 줄 수 있는 게 정말 타이레놀뿐이다’는 탄식이 쏟아진다”며 “요양보호사 중 우울증이 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면회가 제한된 상태에서 숨지는 입소자들이 이어지자 요양시설이 유족들의 원망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외부인 출입은 물론이고 가족 면회도 막힌 상황에서 코로나로 환자가 숨지자 ‘어떻게 감염이 된 거냐’며 항의하는 것이다. 한 요양보호사는 “유족들이 찾아와 언성을 높이고 부모 죽음을 따지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더 괴로운 건 뒤늦게 임종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와 통곡하는 유족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라고 했다. 경기도 B요양병원 관계자는 “입원 환자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는 ‘면회를 오라’는 말이 일종의 사망선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B요양병원은 현재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만 30분 남짓의 면회를 허용해주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혹시 돌아가실 것 같은 생체신호가 나타나면 가족과 만날 수 있게 병원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며 “코로나 탓에 죽을 때가 돼서야 가족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씁쓸해 했다.
이형민 전성필 기자 gilels@kmib.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