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상당 기간 웃돌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며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예상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확대되면서 물가를 책임지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가 올해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하며 지난해(0.5%)보다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다소 낮아지겠지만 2%대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7%로 2011년 12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내년에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며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전·월세 가격과 외식 물가 등이 포함된 서비스 품목은 지난 10~11월 소비자물가를 가장 많이(1.47%P) 상승시킨 요인이었다.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등으로 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며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 이상의 높은 가격 상승률이 에너지와 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개인 서비스, 주거비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을 견인한 공급 측 요인의 영향은 다소 줄겠지만 완벽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 유가 등의 오름세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언제 해결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은은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간 갈등과 기상이변 등 예상치 못한 공급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상승도 실제 물가를 자극하는 위험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지난달 2.7%를 기록했다. 석유류와 농축산물, 외식 등 가계의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임금이 오르며 현실의 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언제든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1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1월이냐, 2월이냐 미리 정한 것은 아니다”며 “(금리 인상) 상단을 미리 정해놓고 운영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를 예상보다 낮출 요인으로 코로나19 변이 확산에 따른 소비 회복세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을 꼽았다. 지난 11월 시행된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도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감염병 전개 상황과 방역 조치 강도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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