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한 지 50일도 지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대폭 강화하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연말 모임이 많은 대목 시기에 방역 실패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떠안기고 있다며 집단 행동까지 예고했다.
식당 주인들은 당장 연말 송년 모임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서울 중구에서 심야 주점을 운영하는 권모(30)씨는 16일 “정부가 방역 강화대책을 발표한 직후 연말까지의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며 “지난해 영업 시작시간을 당겨 운영해봤지만 2차 모임 위주인 주점 특성상 시간 당기기로는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권씨 가게는 오후 9시부터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데, 강화된 방역 대책으로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일상회복 시행에 맞춰 직원을 새로 뽑았던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더 크다. 경기도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연말 대목을 노리고 밤 시간대에 근무할 직원을 뽑아놨는데, 갑자기 ‘출근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미안하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제한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된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준 경기도 골목상점가연합회장은 “영업시간 기준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조치인지 의문이라는 회원 반응이 많다”고 지적했다. 새로 적용되는 지침에 따르면 유흥시설 및 식당·카페 등은 오후 9시까지, 영화관·공연장·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집단적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2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정부규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들은 “감염병 대유행 원인을 오롯이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동에 우리가 언제까지 침묵하길 바라냐”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논평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영업 제한의 멍에를 멜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내몰리게 됐으며, 소상공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일부 자영업자 단체에서는 집단휴업을 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역지원금’을 신설하고, 지급대상 업종도 확대하는 등 자영업자 달래기에 부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상회복으로 기대가 컸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상실감이 크므로 손실보상과 함께 방역 협조에 대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할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번 방역 강화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100% 보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위드 코로나 시행 후 매출 회복기로 가는 도중 방역 강화책이 나온 만큼 정상 영업 시 발생할 수 있었던 매출액만큼의 손실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필 이형민 기자 feel@kmib.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