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면서 올 겨울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16일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이번 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64㎍/㎥, 오후 3시 기준)를 기록해 ‘나쁨’ 수준을 훌쩍 넘겼다. 지역에 따라 90~100㎍/㎥를 상회해 ‘매우나쁨’ 수준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지난 14일까지 이달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2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15일부터 16일에 걸쳐 2~3배를 뛰어넘는 수준의 초미세먼지가 관측된 것이다. 15일 서울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54㎍/㎥ 를 기록했고, 이튿날인 16일 정오를 전후해 금천구 102㎍/㎥, 동대문구 96㎍/㎥, 강북구 93㎍/㎥ 등 서울 곳곳에서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관측됐다. ‘매우나쁨’ 기준을 한참 넘긴 수치다. 초미세먼지는 농도가 36~75㎍/㎥일 때 ‘나쁨’으로 76㎍/㎥ 이상부터는 ‘매우나쁨’으로 분류된다.
입자가 상대적으로 큰 미세먼지(PM 10)도 이날 12월 중 최고 농도(93㎍/㎥, 오후 3시 기준)를 기록하며 12월 첫 ‘나쁨’ 수준을 보였다. 12월(1~14일) 평균(33㎍/㎥)에 비해 3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환경부는 외부에서 유입된 초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발원지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중국, 몽골 대륙 각 지역에서 형성된 공기가 뭉치며 거대한 띠를 만들어 한반도로 넘어온 것”이라며 “15일부터 중국발(發)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2~3일 누적되면서 점점 농도가 짙어졌다”고 말했다.
연이어 초미세먼지가 고농도로 나타나는 것은 대기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최근 한반도는 고기압의 영향권에 있다. 저기압은 기류가 불안정해 움직임이 빠른 반면 고기압은 안정적이라 대기 흐름이 적어 공기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관은 “며칠째 쌓인 초미세먼지가 한반도 바깥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바람의 방향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서풍의 영향이 강해 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외부 미세먼지를 쓸어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농도의 초미세먼지는 17일 오전까지 수도권, 충청, 전북 지역을 덮다가 오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보통’~‘낮음’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