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세금 체납액 1·2위,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입력 2021-12-17 04:05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1300억원대의 세금을 미납한 혐의로 국세청 홈페이지에 실명이 공개됐다. 알고 보니 이 점주는 ‘투잡족’이었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에 대한 세금이 부과됐던 것이다. 승부조작 혐의로 야구계를 떠난 윤성환(40)도 세금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 중에서는 일본계 골프장 경영업체의 세금 체납액이 가장 많았다. 신천지는 1억여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아 명단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조세포탈범 명단을 16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억원이 넘는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해 명단에 오른 고액·상습체납자는 전년 대비 51건 증가한 7016건(개인 4720명, 법인 2314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5조3612억원에 달한다.

개인 중 세금 체납액 1·2위는 모두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였다. 강영찬(39)씨와 김현규(39)씨는 각각 1537억원, 1329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체납액 순으로 상위 10명 중 6명이 불법 도박 관련자다. 특히 두 번째로 많은 세금을 체납한 김씨의 이력이 독특하다. 김씨는 서울 홍대 인근에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맹점을 하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사례로 검찰 수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2009년 한국프로야구 다승왕 기록을 갖고 있는 전 삼성라이온즈 투수 윤성환도 6억원의 세금을 미납해 명단에 올랐다.

법인 중 가장 많은 세금을 체납한 곳은 일본계 기업이었다. 골프장을 경영하는 쇼오난씨사이드개발은 358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 기업에 골프장을 팔면서 취득한 양도소득 관련 법인세를 11년째 내지 않고 있다.

불성실한 행위로 명단 공개 대상이 된 기부금 수령단체는 37곳이었다. 가짜 기부 영수증 발행으로 명단이 공개된 곳이 22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종교단체였다.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아 명단 공개 대상이 된 12곳 중에도 종교단체가 포함돼 있었다. 신천지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이만희 교주가 대표인 신천지에서 1억8200만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고 밝혔다. 조세포탈범은 모두 73명이었다. 차명계좌로 매출을 송금받아 매출 신고를 누락해 온 유흥업소 관계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명단을 지속 공개해 불공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