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미니즘 운동 대모 벨 훅스 별세

입력 2021-12-17 04:03

페미니즘 운동의 대모 벨 훅스(사진)가 향년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베리아시 자택에서 훅스가 신부전증 말기 지병을 앓다가 숨을 거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측근인 린다 스트롱 리크 박사는 훅스가 장기간 투병 중이었다고 언급했다.

1952년에 태어난 훅스의 본명은 글로리아 진 왓킨스로, 벨 훅스는 외증조할머니 이름을 딴 필명이다.훅스는 언제나 필명을 소문자로 썼다. 독자가 자신이 누구인지보다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했으면 하는 의도였다.

시인이자 사회평론가, 학자로 40권이 넘는 책을 낸 훅스는 미국 흑인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페미니즘을 성차별 착취·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이라고 규정한 그의 문장은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인종주의, 자본주의, 성 역할,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온 훅스는 페미니즘이 인종·계급·젠더를 초월해 모두의 삶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1년 첫 저서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를 통해 페미니즘에서 흑인 여성이 간과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85년에는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를 통해 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부르주아 계급 백인 여성을 주축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하며 소외된 이들을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2년 출간한 ‘행복한 페미니즘’이 2017년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번역된 것을 포함해 10여권의 저서가 번역돼 국내 출간됐다.

훅스는 73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했으며 76년에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 83년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와 오벌린대, 뉴욕시립대 영문학 교수를 역임했다.

훅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여성계, 학계, 출판계 등지에선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베스트셀러 ‘나쁜 페미니스트’의 작가 록산 게이는 트위터를 통해 “마음이 아픈 소식이다. 훅스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가늠이 안 된다”고 애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