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에선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62)를 소개하는 기획전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를 마련했다. 작가는 2011년 네덜란드 정부에서 수여하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상을 받았다.
올라프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초현실적 이미지로 담아낸 사진으로 이름을 알렸다. 활동 초기에는 상업사진 작가로 유명했으나 이후 상업사진과 순수예술사진의 경계와 정체성을 균형 있게 조율해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경력 때문인지 그는 동시대의 논쟁적이고 첨예한 이슈를 다루면서 대중에게도 호소력을 가진 매혹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작가는 그 이유를 “나는 작품의 심미적 측면에서 관람객을 매혹하는 것을 좋아한다. 관람객이 여기에 걸려들어 그 매력에 빠져들면, 그때 작품의 진짜 메시지로 그들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최근 자신이 직접 사진의 피사체로 등장해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진 전 세계인의 우울한 심경을 대변했다. 철저한 배경 연출을 통해 인간의 극적인 감정을 서사적으로 연출하는 작가의 매력이 여기서도 발산한다. 즉 사람이 사라진 대형 마트의 텅 빈 주차장에서 아무것도 담지 않은 빈 카트를 밀고 가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선 세기말적인 우울이 느껴진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인 라익스뮤지엄에서 2019년에 진행했던 ‘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 전’ 작품을 포함해 110여점의 작품이 나왔다. 내년 3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은 호주의 동시대 미술에 주목해 회화 영상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 35명(팀)의 다양한 장르 작품을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선보이고 있다. 시드니 소재 비영리 미술기관인 아트스페이스와 공동 기획했다.
전시 제목은 토착 원주민까지 포함한 다층 사회로서 호주를, 경로 재탐색을 하듯 제대로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정했다. 리처드 벨은 ‘대사관’ 연작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며, 아가사 고스-스네이프는 한국 독자들과 협업해 읽기 퍼포먼스 ‘사자의 꿀’을 선보인다. 토착민의 자치권 이슈를 다루는 스티븐 길크리스트의 강연과 양국의 미술과 정치사를 다루는 심수민의 강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내년 3월 6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