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10년간 SH가 지은 단지 34곳의 분양 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분양 원가 공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민간 아파트의 적정 가격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15일 서울시가 한 사례로 공개한 고덕강일4단지 아파트(9월 준공)의 경우 이 단지의 3.3㎡당(평당) 택지조성 원가는 445만원, 건설 원가는 689만원이었다. 2019년 분양 당시 3.3㎡당 1756만원에 분양해 원가(1134만원)를 제외한 622만원이 SH의 수익이었다. 분양가의 35%가 분양 수익인 셈이다. 이 일대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의 경우 비슷한 면적의 SH 아파트에 비해 20~30%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공공·민영 아파트의 가격을 비교할 근거만 알더라도 민간 건설사가 무리하게 분양가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번 발표에 대해 “집값 거품을 검증하는 근거가 돼 저렴한 가격에 주택이 공급되는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환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용지비, 기반시설 설치비, 이주 대책비 등 택지조성 원가를 전국에서 처음 공개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시장 정보에 대한 시민 접근도를 높이는 바람직한 조치다. 아울러 같은 공사이면서 3기 신도시를 조성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SH와 행보를 같이 한다면 시장 안정에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물론 공공과 민간 아파트를 무조건 1:1로 단순 비교하긴 쉽지 않다. 자재부터 옵션, 실내구조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을 건설 원가로 압박하는 게 맞냐는 의견도 있다. 근본적인 공급 확대 없이 원가 공개를 통해 가격 인하를 꾀하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민간 건설사들의 지적은 서울시와 정부가 귀 기울여 들을 부분이다. 다만 이번 공개를 통해 분양가의 실체를 좀 더 투명히 점검할 기반이 마련된 것만 해도 의의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를 시작으로 분양가 거품 해소, 나아가 집값 안정의 기틀이 마련되길 바란다.
[사설] SH의 분양 원가 공개, 집값 거품 해소 계기로 삼길
입력 2021-12-1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