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테이퍼링 월 300억달러로 확대·금리 6회 인상 결론

입력 2021-12-17 04:03 수정 2021-12-17 04:03
이억원(왼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차관은 “연준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는 월 1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늘리고, 금리는 내년과 후년 각각 3차례 올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를 동결한 뒤 16일 이같은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제시된 테이퍼링 규모가 내년 1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면 테이퍼링은 이변이 없는 한 3개월 앞당긴 내년 3월에 마무리된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3월 중순 예정된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3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소비자물가(6.8%)를 잡기위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열었던 미국의 초저금리(0~0.25%) 시대가 2년여 만에 막을 내리는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수 있으며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증가했다”며 “우리가 움직인 배경 중 일부”라고 말했다.

과반수의 연준 위원들이 점도표에 예상한 대로 내년부터 2년간 각각 3차례 올릴 경우 기준금리는 1.5~1.75%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게 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속도에 따라 향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1990년대 이후 4차례 경기침체 이후 금리인상 시동에 3년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하면 이번엔 인상 시점이 빨라 그 폭도 가파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강달러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달러와 함께 연동돼 움직이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이미 소비자 물가 상승률 3%대에 진입한 한국으로서는 경기운용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올들어 2차례 단행한 인상을 통해 선제적인 제로금리 탈출 덕에 미국과 최대 1%포인트까지 차이를 벌렸던 한국의 금리 메리트가 해소될 경우 최근 부쩍 심해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도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이날 연준의 결정에 대해 웰스파고, JP모건 등 월가투자은행 등은 ‘매파(hawkish)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그간 혼조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에서 3대 지수인 S&P500, 나스닥, 다우존스 산업지수 모두 1.63%, 2.15%, 1.08% 상승세로 돌아서며 안도랠리를 연출했다. 한국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도 0.57% 올라 사흘만에 3000선을 회복했다.

12월 들어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미 증시가 안도한 것은 무엇보다 실체를 드러낸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시장 컨센서스와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 경제매체 CNBC가 FOMC 회의 전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테이퍼링 폭, 첫 금리인상 시기, 향후 2년간 금리인상 회수 등이 이날 결과와 거의 같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FOMC 결과가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당시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 긴축을 발표해 증시가 15%나 빠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 김성택 글로벌경제부장은 “연준의 정책대응이 실기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완화하고 테이퍼링 이후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경감시켰다”고 평가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에 앞당겨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추후 진행될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완화하는 역할을 통해 이후에는 낮아진 물가와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