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 삭제한 국방수권법 통과

입력 2021-12-17 04:04

미국 상원이 주한미군의 현원을 유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새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했다. 그러나 감축 제한 조항은 최종적으로 삭제된 상태로 통과됐다.

미 상원은 15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7680억 달러(912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 국방 예산을 담은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찬성 89, 반대 10으로 가결했다. 앞서 하원도 지난주 80% 이상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을 넘겼다.

새 법안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에 배치된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유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법안은 주한미군 유지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부합하며, 평화롭고 안정된 한반도라는 공동 목표를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9월 법안을 제출하면서 이전과 달리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상원은 이날도 해당 조항이 삭제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전 NDAA의 감축 제한 규정은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를 공공연히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실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회 차원의 견제 장치를 둔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 조항이 반영됐던 2019년∼2021년 회계연도 NDAA는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이 규정의 삭제를 추진하면서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주한미군 감축 의향이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한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주한미군 규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해외 미군 배치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한미군 현원을 유지하고, 공격헬기 부대와 포병여단 본부를 순환 배치에서 상시주둔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마라 칼린 미 국방부 정책부차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현재 주한 미군 배치는 아주 강건하고 효과적이다. 현재 시점에서 어떤 변화도 밝힐 것이 없다”며 “아주 현명한 배치”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성격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법안은 또 러시아와 중국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등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대전략’을 국방부가 수립해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NDAA의 부속 보고서에는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한국, 일본, 인도, 독일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정부가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침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