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수능 표준점수

입력 2021-12-17 04:10

같은 만점이라도 문제 난이도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일한 점수라도 시험이 어려워 평균 점수가 낮다면 표준점수는 높아진다. 반대라면 낮게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수험생이 시험 영역과 과목을 선택한다. 과목별 표준점수가 중요하다.

변환표준점수라는 것도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세계지리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63점, 사회문화는 71점. 이처럼 같은 만점이라도 표준점수 차이가 큰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 탐구영역에 대해 백분위를 바탕으로 다시 부여한 점수다. 대학 환산점수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별로 영역별 가중치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산출하는 점수다.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로 변환하고, 다시 변환표준점수를 계산한 후 대학 환산점수를 고려하면 대학별로 당락이 갈린다. 그런 만큼 정시 지원에는 복잡한 계산과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논란 끝에 지난 15일 전원 정답으로 처리됐다. 이 과목 응시 인원은 6515명으로 전체 수험생의 1.5%다. 주로 서울대와 의대에 지원한 최상위권 학생이다. 이 문항이 전원 정답 처리되면서 과목 평균 점수는 약 1.5점 올라간다. 평균이 높아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1점 하락한다. 표준점수 1, 2점이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학생은 불리해진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이 과목 1~2등급에 걸쳐있는 500여명의 수시 당락이 뒤바뀔 수 있다고 한다.

최상위권의 당락 변동은 자연계 학생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첫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이번 수능에선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은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이 예상된다. 공대 지원 학생이 학교 수준을 높여 인문계로 지원한 후 공대 복수 전공을 하는 시나리오다. 인문계 학생에게도 파장을 불러온다. 나비효과다. 전원 정답 결정으로 입시 혼란이 종결된 게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 명이 물러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