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세종 통근버스 폐지에 전세버스족·룸 셰어족 속속 출현

입력 2021-12-17 04:07

내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는 공무원 통근버스가 폐지되면서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기존 통근버스 노선 중 이용객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통근버스 운영 업체에 돈을 주고 전세버스를 이용하려는 ‘전세버스족(族)’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종 시내 아파트 전·월세를 얻어 동료와 함께 나누는 룸 셰어족도 있다. 통근버스 폐지에도 배우자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세종으로 이사하기가 어려운 공무원으로서는 불가피한 자구책인 셈이다.

공무원 통근버스는 2012년 정부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하면서부터 공무원 근무 여건 지원 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시에는 세종청사 주변이 허허벌판이다 보니 단기간에 공무원과 가족들이 이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통근버스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세종시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통근버스가 공무원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수도권 노선 폐지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도 40% 감축 운행해왔다.

예고된 일이었지만 막상 통근버스를 이용하던 공무원들은 난감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16일 “월 30만~40만원씩 주고 전세버스를 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사당역, 양재역, 잠실역, 경기도 안양 평촌 등 지역에서는 기존 통근버스 이용객 중 전세버스 이용 의사를 밝힌 인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청사 인근에 공무원 임대아파트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 수요에 비하면 공급 물량이 바늘구멍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은 아파트 한 채를 임차해서 방을 나눠 쓰기도 한다. 또 다른 경제 부처 과장급 공무원도 “최근 방 3개 있는 아파트인 동료 공무원 집에 월세를 같이 나눠 내는 조건으로 입주했다”며 “혼자 사는 것보다 외롭지도 않고 임대료 부담도 적어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