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치러진 올해 세무사 2차 시험과 관련해 공정성 훼손 논란이 거세다. 수험생 등이 꾸린 단체가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채점 기준 공개와 재채점을 요구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탈락자들의 의례적인 불만 제기라고 가벼이 넘기기에는 올해 시험 결과가 너무 기이하다.
세무사 2차 시험은 네 과목 가운데 한 과목이라도 과락(40점 이하)이면 탈락 처리되는데 ‘세법학 1부’ 과목은 과락률이 82.13%였다. 이 과목의 앞선 5개년도(2016~2020년) 평균 과락률이 38.5%였으니 올해 과락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4번 문항은 51.1%가 0점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목이 경력 20년 이상의 세무 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는 면제 과목이라는 점이다. 일반 수험생들의 대다수가 이 과목 과락으로 탈락하는 바람에 세무 공무원 출신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결과를 낳았다. 전체 합격자 중 20년 이상의 세무 공무원 출신 비율은 올해 21.39%로, 앞선 5개년도 평균(3.02%)의 7배였다. 수험생들은 의도적으로 문제를 어렵게 출제한 데다 채점 과정에서도 점수를 낮게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채점 기준 공개를 요구했지만 공단은 응하지 않고 있다.
수험생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면 난이도 조절 실패라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 혜택이 세무 공무원 출신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공단은 채점기준표에 부분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이 시험 전 과정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모범답안 및 채점기준표 공개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력 10년 이상 세무 공무원 출신에 대해 1차 시험이나 2차 시험 중 세법학 2개 과목을 면제해 주는 게 부당한 특혜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설] 공정성 훼손에 특혜 의혹까지 제기된 세무사 시험
입력 2021-12-17 04:07